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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최종 책임은 결국 CEO"…해설서 내놨지만 '갸우뚱'

작성자 최고관리자 등록일 (10일 전) 2021년 11월 17일 18:10 조회수 3,997회 댓글수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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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중대재해 최종 책임은 결국 CEO"…해설서 내놨지만 '갸우뚱'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기업에 안전담당 임원을 두더라도 법 위반 시 대표이사의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과 관련,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했다는 것만으로 대표이사가 면책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산업재해) 해설’을 발표했다.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이 모두 처벌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내놓은 사실상 ‘정부 지침’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중대재해는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근로자 사망 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이례적으로 하한형을 두는 등 처벌 수위가 높다 보니 경영계에서는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구체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법에 명시된 처벌 대상, 즉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두 명 중 한 명만 처벌되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정부는 이번 해설서를 통해 “처벌 대상은 사업 전반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인력·예산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라며 “대표이사에 준하는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안전담당 임원이 있다 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이 없는 이상 대표이사도 처벌된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 제정 취지에 맞는 자를 경영책임자로 선임한 경우에도 사업 대표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원·하청 관계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매우 혼동된다”고 지적했다.중대재해법 해설서 나왔지만…처벌기준·책임 소재 여전히 '안갯속'

CSO가 안전조직·인력·예산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여야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업재해 분야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 가이드북에 이어 17일 ‘해설서’를 내놨다. 하지만 경영책임자의 범위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불명확해 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에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정부는 안전담당 임원을 선임했다 하더라도 ‘경영책임자’가 면책되진 않는다고 하면서도 경영책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명확히 적시하지 않았다. 해설서 나와도 여전히 모호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경영책임자는 사업장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며, 이를 위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이를 소홀히 해 산재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는 게 이 법의 골자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제정 당시부터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고용부는 8월 120쪽짜리 ‘가이드북’을 배포해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의무’를 제시했지만 경영계의 우려를 전혀 씻어내지 못했다.

이번 해설서는 총 233쪽에 달한다. 중대재해처벌 대상자인 ‘경영책임자’의 의미,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관련 아홉 가지 의무의 구체적 이행 방안 등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자료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영계의 기대와 달리 해설서는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모호한 내용을 예전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며 “법을 적용받을 사람들이 겪을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경영책임자’와 관련한 고용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법에서는 형벌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보건책임자’로 규정하고 있다. 둘 다 책임을 지는지, 아니면 한 명만 책임을 지는지, 안전보건책임자(CSO)를 두면 대표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지 등이 기업의 최대 관심사지만 해설서는 판단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다만 고용부는 별도로 정리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안전보건 담당 업무를 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설서는 안전보건책임자가 있더라도 대표이사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둘 다 책임을 진다면 ‘또는’으로 규정한 법 문언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별로 알아서 하라는 얘기”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불명확성이 해설서로 되레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투입해야 하는 ‘적정한 예산’의 수준에 대해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만큼’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별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설서가 법에 근거가 없는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령 법령에서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안전 경영 방침을 세우라’고 정하고 있을 뿐인데, 해설서에서는 ‘구체적인 대책과 세부적인 로드맵을 만들라’는 식으로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다. 또 해설서는 ‘안전관리 전담조직’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를 구별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상 기업에 이중부담을 지우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욱 변호사는 “법령 어디에도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직이 안전보건 전담조직을 겸할 수 없다는 근거가 없다”며 “법 위반 시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본부 관계자는 “어느 수준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는 기업 스스로가 가장 잘 알 것”이라며 정부 인증제 마련 요구와 관련해선 “획일적으로 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이후 이른바 ‘원님재판’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형사 전문 변호사는 “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되는데, 스스로 알아서 잘 지키라는 건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의미”라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근본적으로 부실 입법이라 해설서로 논란을 정리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고용부가 해설서에서 ‘경영책임자’의 판단 기준을 밝혔다고 하지만, 해설서 발간 직후 기업들은 그와 관련한 질문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승현/도병욱/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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